2. 세탁해도 뭉치지 않는 솜
2019. 10. 02 (D+430)

Q. 세탁은 자주 하셨나요?
이 질문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 역시 다양했다. 가끔 했다, 세탁해도 되는지 몰랐다, 안 했다 등. 높이를 묻는 질문과 다르게, 세탁을 했던 고객님들의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실제 세탁을 했을 때 자꾸 솜이 한 쪽으로 뭉친다는 것이다. 솜이 한 쪽으로 뭉치면 머리를 제대로 받쳐줄 수 없기 때문에 사용감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베개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세탁 후에도 뭉치지 않는 솜을 사용해야 했다.
압축 롤 솜(좌) vs 칸막이 솜(가운데) vs 볼 솜(우)
세탁 후 뭉침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3가지 방법이 있었다. 이론 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듯 보였지만, 실제 세탁을 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고객과 같은 환경에서 세탁을 해야 했다. 누군가는 집에서 세탁을 하고, 누군가는 24시간 무인 빨래방의 강도 높은 세탁 환경에서 세탁을 하기도 한다. 가장 강도 높은 실험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카드에서 현금을 인출해 직접 무인 빨래방을 찾아갔다.
[세탁해도 뭉치지 않는 솜, 후보 리스트]
1) 볼 솜 : 마이크로화이바 솜의 여러 가닥을 볼의 모양 처럼 똘똘 뭉친 방식
2) 압축 롤 솜 : 일반 폴리 솜에 열을 가해 평평하게 압축하여 베개 원단과 함께 봉제한 방식
3) 칸막이 솜 : 하나의 베개에 오시 미싱 2줄을 넣으면 3칸으로 나뉘는 솜의 뭉침을 최소화한 방식
4) 폴리에스테르 솜 : 일반적인 솜베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솜(기존 슬라운드 베개 2.0에 적용된 솜)
총 142분의 이불 세탁 코스와 52분의 건조기에서 실험해보았다. 총 3가지 종류의 솜 중 마이크로화이바 솜을 돌돌 말은 볼 형태의 ‘볼 솜'이 뭉침 현상이 가장 적었다. 볼 솜은 여러 갈래의 얇은 솜이 이미 뭉쳐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탁을 하더라도 뭉치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볼 솜과 함께 압축 롤 솜 역시 뭉침 현상이 가장 적었지만, 10명의 팀원이 누웠을 때 평가했던 편안함에 대한 점수가 가장 적었다. 아무리 세탁이 잘 되고 뭉침이 적어도, 편안하지 않는 베개는 고객이 외면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객이 가장 중요시하는 베개의 본질은 바로 ‘편안함'이었다.
드디어 4중 구조의 베개 높이를 구현하고 동시에 세탁을 해도 뭉치지 않는 소재를 개발해내면서 그토록 오래 걸렸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때론 그만하기도 싶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보내준 관심을 생각하면 더욱 우리 스스로에게 까다로워져야 했다.
[슬라운드 베개 3.0] 한국인에 맞는 메모리폼 X 세탁해도 뭉치지 않는 솜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을 이들에게
2019. 11. 17 (D+476)
제품 개발의 높은 기준을 고집하기 위해 생각보다 고객들에게 더 많은 기다림을 요구해야 했다. 몇 개월 동안 베개 출시를 기다리신 분들도 계셨다. 최근에는 우리의 베개 출시를 기다리는 동안 베개 없이 잠을 자는 일이 너무 불편하다는 후기를 홈페이지에 남겨주셨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사과를 드리면서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우리의 수많은 노력이 들어간 제품으로 꼭 보답하고 싶었다.


고생 끝에 만들었던 매트리스가 가장 소중한 친구에게 첫 배송 되었다면 이번에는 오랜 시간동안 기다렸던 우리의 소중한 고객들에게 베개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정말 기대되었다. 마치 가족이나 소중한 연인에게 어떤 선물을 할 지 몇일 째 고민하고, 직접 포장한 선물과 함께 손수 쓴 편지를 주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는 것처럼 말이다. 애정 깃든 응원이던, 쓰디 쓴 지적이던 우리의 베개에 누워 흐뭇한 미소라도 남겨주셨으면 감사한 마음이다.
댓글
작성자 슬라운드
date 2019-12-03
point
작성자 우****
date 2019-12-20
point